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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맥주 상식사전> : 독일 밀맥주에 심취하다

탈노예인생지향 2018. 1. 19. 13:09


술도 마실 줄 모르면서

책을 읽기 전부터 예감을 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분명히 맥주를 한 캔 꺼내지 않고는 못 배길 거라고. 그리고 예감은 적중했다. 또 하나.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으려면 하루이틀로는 부족하다. 책을 읽는 중간에 계속 맥주를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술이 약한 탓에 자주 마시지도 않고, 지금도 애주가라 할 수는 없지만 맛있는 맥주가 있는 곳에서는 즐길 각오를 단단히 한다. 소주를 못 마시니 술자리에서 사람들은 내게 항상 맥주를 권했다. 알코올 도수가 5도밖에 안 되는 국산 라거를 한 두 잔만 마시고도 나는 헤롱거리다 속을 게워내곤 했다. 이렇게 독하고 괴로운 술을 도대체 왜 마실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독일에 다녀온 뒤 완전히 박살이 났다.


남자남자한 알트비어, 여자여자한 바이스비어

독일이 맥주로 유명한 나라인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나는 축구와 소시지 때문에 간 거였다. 맥주가 맛있어봤자 맥주지, 그래서 사실 크게 관심도 두지 않고 있었다. 비행기가 도착한 곳은 뒤셀도르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뒤셀도르프는 '알트비어'라고 하는 에일맥주의 산지로 알려진 도시다 (책에 의하면 알트비어는 에일과 라거의 중간 정도라고 한다). 유명하다니 맛보지 않을 수 있나. 레스토랑에서 첫 식사를 하며 알트비어를 주문했다. 짙은 갈색의, 보기에도 '나 센 놈이야' 하는 듯한 맥주가 내 앞에 놓였다. 한 모금 마셔보니, 역시 센 놈이었다. 동시에 '이게 맥주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내가 그 동안 한국에서 뭘 먹은 건가 싶기도 했다. 진한 맥아향과 구수하고 쌉쌀하면서 텁텁하지 않은 맛이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입안에서 알트비어의 맛이 감도는 듯하다.

알트비어를 시작으로 여행하는 내내 지역 대표맥주들과 독일 대표맥주들을 찾아마셨다. 한 잔이면 맛이 가는 나였지만 최대한 다양하게 맛보려 노력했다. 특히 현지에서 마신 밀맥주는 너무 사랑스러워서 다시 한 번 그 때의 맛과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 마인츠의 밤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들어간 2층 바에서 느낀 여행과 맥주의 묘미를.


맥주도 궁합을 본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국산 맥주는 어쩐지 맛이 없게 느껴졌다. 이것도 편견이라면 편견인데, <맥주 상식사전>을 읽고 그 편견을 조금이나마 깰 수 있었다. 우리나라 맥주회사에서 생산하는 것이 대부분 라거이고, 모두 라거 공법으로 제조하니 맛도 비슷했던 것이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어울리는 맥주 종류도 달라진다. 그러니까, 라거에 어울리는 음식을 먹어야 라거가 맛있는데, 여기에도 라거 저기에도 라거 일색이니 때에 따라 맛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은 수입맥주가 많이 들어와 국내 업체들도 다양성을 꾀하려 노력하는 것 같다. 수제맥주집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니 더욱 맛있는 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즐거운 현상이다.

술 문외한인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엄청나게 많은 맥주종류에 놀랐다. 맥주 마니아가 아니라면 거의 모를 만한 이름들이 잔뜩 나온다. 가히 저자를 맥주 소믈리에라 부를 만하다. 저자가 소개하는 벨기에, 독일, 영국, 체코, 미국, 아일랜드 등등의 유명맥주들을 언젠가는 다 마셔보리! 일단 가까운 곳의 보틀샵부터 가야겠다.


맥주 상식사전
국내도서
저자 : 멜리사 콜(Melissa Cole) / 정영은역
출판 : 길벗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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